2014년 6월 18일 수요일
2014년 6월 15일 일요일
Y염색체 종말론?…“지난 2500만년 동안 끄떡없었다”

인간의 Y 염색체는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형제
(litter) 중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귀중한 유전정보가 소장된 23쌍의 묶음(염색체) 중에서, 첫 번째부터 22번째 쌍까지는 기본적으로 크기가 똑같다. 그러나 포유류의 웅성(雄性)을 결정하는 Y 염색체는 자기보다 훨씬 큰 X 염색체와 짝을 이루고 있어, 짝꿍과 크기를 비교하면 존재감이 흐릿해진다.
지금으로부터 2~3억 년 전까지만 해도 Y 염색체는 X 염색체와 약 600개의 유전자를 공유했었지만, 지금은 겨우 19개의 유전자만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Y 염색체는 쇠락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Nature'에 실린 두 편의 논문에 의하면 Y 염색체의 쇠퇴와 몰락은 멈춘 것 같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Y 염색체는 지난 2,500만 년 동안 안정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남아 있는 유전자 중 상당수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성(性)의 결정과는 거리가 한참 멀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Y 염색체에는 단백질 합성과 유전자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뿐 아니라 RNA 조각을 이어붙이는(splicing) 유전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유전자들은 심장, 혈액, 폐를 비롯하여 그밖의 전신 조직에서 발견된다.
화이트헤드 생물의학연구소의 데이비드 페이지 소장(생물학 박사)은 "Y 염색체에 담겨 있는 유전자들은 세포의 중앙통제실(central command room)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멤버들이다. 이번 연구는 `서서히 썩어가는 Y 염색체(rotting Y)’라는 기존의 통념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페이지 박사는 이번에 발표된 두 편의 논문 중 한 편의 저자다)
다른 과학자들도 페이지 박사 연구팀의 `다소 낙관적인 전망`에 동의하고 있지만 `서서히 썩어가는 Y 염색체論`의 옹호자 중 한 명인 호주 국립대학의 제니퍼 그레이브즈 교수(유전학)는 이번 연구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Y 염색체는 장기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지난 몇 백만 년간의 `안정`은 영겁(永劫)의 세월에 걸친 트렌드에 비하면 `소강상태`에 불과하다. 현재 최소한 두 그룹의 설치류는 Y 염색체 없이도 멀쩡히 잘 지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Y 염색체가 체면을 구기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당시 미국 인간유전학회 회장이던 커트 스턴 박사(유전학)는 "현재 인간에게 발현되는 유전자 중에서 Y 염색체에 존재하는 것은 극소수다"라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2002년 그레이브즈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Nature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Y 염색체는 초기 포유류에서부터 시작하여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크기가 감소해 왔다"고 지적하며 "Y 염색체는 1,000만 년 후쯤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러다가 남성도 Y 염색체와 더불어 멸망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페이지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대니얼 윈스턴 벨럿 박사의 총지휘 하에 `Y 염색체 종말론`을 검증하기 위해, Y 염색체의 진화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8개 포유류 종(種)의 염색체를 대상으로, 전유전체 시퀀스를 비교검토했다. 그들은 초기 화석 기록에 나타난 주머니쥐(opossums), 황소, 랫트, 마우스 등은 물론,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붉은털원숭이, 침팬지, 인간의 DNA도 분석했다.
비교분석 결과, Y 염색체의 유전자 상실 상태는 수억 년 전에 비하면 거의 재앙적(calamitous)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원숭이들이 침팬지와 갈라진 2,500만 년 전(그리고 그로부터 1,800만 년 후, 침팬지는 인간과 갈라졌다), 이 같은 마모(attrition)는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지 박사는 "우리는 Y 염색체가 지난 2,500만 년 동안 안정적이었다는 사실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그렇다면 Y 염색체가 이렇듯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연구진에 의하면 그건 Y 염색체가 보유하고 있는 12개의 `알짜배기 유전자`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Y 염색체 위에 떡 하니 버티고 앉아 꿈쩍 않고 있는 이 `알짜배기 유전자`들은 웅성 결정, 정자 생성, 음경 발달과는 무관하며, 심장세포나 혈구세포와 같은 다른 조직에 발현되는 유전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서, 그 유전자들은 세포의 핵심기능(예: 단백질 합성, 다른 유전자의 전사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였던 것이다. 이는 "Y 염색체가 생물의 생존에 긴요하며, 이 유전자들이 진화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생물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넬 대학교의 앤드루 클락 교수(유전학)는 "알짜배기 유전자들 덕분에 Y 염색체는 상당한 안정을 누리게 되었다. 그것들은 불요불급한 유전자들이 사라져 존폐의 기로에 놓인 Y 염색체에 보호용 장갑을 끼운 셈"이라며 페이지 박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레이브즈 교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기세다. "Y 염색체의 쇠퇴 과정은 선형(linear)이 아니며, 특히 말기로 가면서 상당한 파동(fluctuations)을 나타낼 공산이 크다"고 그녀는 반박했다. 다시 말해서,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Y 염색체의 안정성은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 일본에 서식하는 두 종의 고슴도치를 예로 들었다. 이 고슴도치들은 Y 염색체를 모두 상실하고, 상당수 유전자들이 다른 염색체로 옮겨갔다고 한다.
또 다른 2종의 두더지들쥐(mole vole)는 Y 염색체의 유전자들을 일부 상실했는데, 그녀에 의하면 다른 유전자들이 그 기능을 대신하는 것 같다고 한다. "설치류들은 영장류에 앞서서 `특이하고 새로운 성염색체 시스템`의 탄생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인간들은 절대로 방심할 수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에 대해 페이지 박사는 "알짜배기 유전자의 안정성은 다양한 종에서 나타나고 있으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이상의 염색체를 상실할 가능성은 없다. 나는 이번 연구에서 그럴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맞받았다.
새로운 쟁점
`Y 염색체가 안정적이며, 그 속에 조절 유전자들이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물학자들에게 또 하나의 이슈를 제공한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의 세포는 생화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X 염색체와 Y 염색체를 하나씩 보유한 남성의 세포는, 두 개의 X 염색체를 보유한 여성의 세포와 약간 다르다.
이는 성 결정의 차원을 넘어서, 다른 차원의 차이를 초래한다. 지금껏 생물학자들은 세포주를 갖고 실험할 때, 그것이 남성의 것인지 여성의 것인지를 구별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단일성 모델(unisex model)을 갖고서 실험을 해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XX 세포주와 XY 세포주는 동일한 실험에서 동일한 결과를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고 페이지 박사는 지적했다.
그런데 그게 왜 문제가 될까? 이에 대해 페이지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일부 질병의 경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자폐증 등의 질환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그런데 지금껏 세포 수준에서 이 문제를 연구해 왔던 생물학자들은 대체로 남녀 세포의 미묘한 생화학적 차이를 도외시해 왔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녀의 세포를 별도로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행은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 생물학자들은 눈 가리개를 벗어 던져야 한다."
그렇다면 Y 염색체는 쇠락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Nature'에 실린 두 편의 논문에 의하면 Y 염색체의 쇠퇴와 몰락은 멈춘 것 같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Y 염색체는 지난 2,500만 년 동안 안정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남아 있는 유전자 중 상당수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성(性)의 결정과는 거리가 한참 멀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Y 염색체에는 단백질 합성과 유전자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뿐 아니라 RNA 조각을 이어붙이는(splicing) 유전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유전자들은 심장, 혈액, 폐를 비롯하여 그밖의 전신 조직에서 발견된다.
화이트헤드 생물의학연구소의 데이비드 페이지 소장(생물학 박사)은 "Y 염색체에 담겨 있는 유전자들은 세포의 중앙통제실(central command room)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멤버들이다. 이번 연구는 `서서히 썩어가는 Y 염색체(rotting Y)’라는 기존의 통념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페이지 박사는 이번에 발표된 두 편의 논문 중 한 편의 저자다)
다른 과학자들도 페이지 박사 연구팀의 `다소 낙관적인 전망`에 동의하고 있지만 `서서히 썩어가는 Y 염색체論`의 옹호자 중 한 명인 호주 국립대학의 제니퍼 그레이브즈 교수(유전학)는 이번 연구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Y 염색체는 장기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지난 몇 백만 년간의 `안정`은 영겁(永劫)의 세월에 걸친 트렌드에 비하면 `소강상태`에 불과하다. 현재 최소한 두 그룹의 설치류는 Y 염색체 없이도 멀쩡히 잘 지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Y 염색체가 체면을 구기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당시 미국 인간유전학회 회장이던 커트 스턴 박사(유전학)는 "현재 인간에게 발현되는 유전자 중에서 Y 염색체에 존재하는 것은 극소수다"라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2002년 그레이브즈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Nature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Y 염색체는 초기 포유류에서부터 시작하여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크기가 감소해 왔다"고 지적하며 "Y 염색체는 1,000만 년 후쯤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러다가 남성도 Y 염색체와 더불어 멸망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페이지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대니얼 윈스턴 벨럿 박사의 총지휘 하에 `Y 염색체 종말론`을 검증하기 위해, Y 염색체의 진화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8개 포유류 종(種)의 염색체를 대상으로, 전유전체 시퀀스를 비교검토했다. 그들은 초기 화석 기록에 나타난 주머니쥐(opossums), 황소, 랫트, 마우스 등은 물론,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붉은털원숭이, 침팬지, 인간의 DNA도 분석했다.
비교분석 결과, Y 염색체의 유전자 상실 상태는 수억 년 전에 비하면 거의 재앙적(calamitous)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원숭이들이 침팬지와 갈라진 2,500만 년 전(그리고 그로부터 1,800만 년 후, 침팬지는 인간과 갈라졌다), 이 같은 마모(attrition)는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지 박사는 "우리는 Y 염색체가 지난 2,500만 년 동안 안정적이었다는 사실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그렇다면 Y 염색체가 이렇듯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연구진에 의하면 그건 Y 염색체가 보유하고 있는 12개의 `알짜배기 유전자`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Y 염색체 위에 떡 하니 버티고 앉아 꿈쩍 않고 있는 이 `알짜배기 유전자`들은 웅성 결정, 정자 생성, 음경 발달과는 무관하며, 심장세포나 혈구세포와 같은 다른 조직에 발현되는 유전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서, 그 유전자들은 세포의 핵심기능(예: 단백질 합성, 다른 유전자의 전사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였던 것이다. 이는 "Y 염색체가 생물의 생존에 긴요하며, 이 유전자들이 진화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생물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넬 대학교의 앤드루 클락 교수(유전학)는 "알짜배기 유전자들 덕분에 Y 염색체는 상당한 안정을 누리게 되었다. 그것들은 불요불급한 유전자들이 사라져 존폐의 기로에 놓인 Y 염색체에 보호용 장갑을 끼운 셈"이라며 페이지 박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레이브즈 교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기세다. "Y 염색체의 쇠퇴 과정은 선형(linear)이 아니며, 특히 말기로 가면서 상당한 파동(fluctuations)을 나타낼 공산이 크다"고 그녀는 반박했다. 다시 말해서,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Y 염색체의 안정성은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 일본에 서식하는 두 종의 고슴도치를 예로 들었다. 이 고슴도치들은 Y 염색체를 모두 상실하고, 상당수 유전자들이 다른 염색체로 옮겨갔다고 한다.
또 다른 2종의 두더지들쥐(mole vole)는 Y 염색체의 유전자들을 일부 상실했는데, 그녀에 의하면 다른 유전자들이 그 기능을 대신하는 것 같다고 한다. "설치류들은 영장류에 앞서서 `특이하고 새로운 성염색체 시스템`의 탄생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인간들은 절대로 방심할 수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에 대해 페이지 박사는 "알짜배기 유전자의 안정성은 다양한 종에서 나타나고 있으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이상의 염색체를 상실할 가능성은 없다. 나는 이번 연구에서 그럴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맞받았다.
새로운 쟁점
`Y 염색체가 안정적이며, 그 속에 조절 유전자들이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물학자들에게 또 하나의 이슈를 제공한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의 세포는 생화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X 염색체와 Y 염색체를 하나씩 보유한 남성의 세포는, 두 개의 X 염색체를 보유한 여성의 세포와 약간 다르다.
이는 성 결정의 차원을 넘어서, 다른 차원의 차이를 초래한다. 지금껏 생물학자들은 세포주를 갖고 실험할 때, 그것이 남성의 것인지 여성의 것인지를 구별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단일성 모델(unisex model)을 갖고서 실험을 해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XX 세포주와 XY 세포주는 동일한 실험에서 동일한 결과를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고 페이지 박사는 지적했다.
그런데 그게 왜 문제가 될까? 이에 대해 페이지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일부 질병의 경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자폐증 등의 질환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그런데 지금껏 세포 수준에서 이 문제를 연구해 왔던 생물학자들은 대체로 남녀 세포의 미묘한 생화학적 차이를 도외시해 왔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녀의 세포를 별도로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행은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 생물학자들은 눈 가리개를 벗어 던져야 한다."
(라포르시안 2014/04/30)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동종인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과연 짝짓기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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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왼쪽)와 네안데르탈인 가상도. |
그런데 지난 1월 30일 세계 과학계의 양대 산맥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기존 이론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와 또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내용인즉, 현생인류의 몸에 약 3만년 전에 멸종되기 시작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는 것.
공동 연구를 통해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한 미국 워싱턴대학의 벤저민 베르놋 박사와 조슈아 아케이 박사는 유럽인과 동아시아인 600명의 DNA(게놈)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몸에 1~3%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다는 걸 밝혀냈다. ‘네이처’에 논문을 낸 미국 하버드 의대의 연구자인 스리람 산카라라만 박사 또한 게놈 분석 결과를 토대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머리카락과 피부를 생성하는 유전자와 결핵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똑같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실 연구를 이끈 이들 연구팀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관련이 없다는 가설을 입증하려고 연구를 시작했는데 허를 찔린 셈이다.
‘인류’의 시초는 구석기시대(230만~240만년)의 화석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다. 이어 호모 하빌리스(손을 쓰는 사람)가 등장했고, 호모 에렉투스(서 있는 사람)와 네안데르탈인(네안데르 계곡에서 유골이 발견됐다)이 그 다음으로 출현했다. 그 뒤 ‘지혜로운 사람’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났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기원설’에 따라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만~5만년 전 아프리카의 호모 사피엔스가 아시아로 진출했고 3만~4만년 전에 유럽으로 향했으며, 그 뒤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에 있는 베링해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렀다는 것이 기존 학설이다. 이렇게 대륙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종과 경쟁을 했고 그 결과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것이 ‘아프리카 기원설’의 핵심이다.
이 학설은 미국 버클리대학의 레베카 칸 교수팀의 연구에 의해 1987년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교수팀은 인간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분석해 호모 사피엔스가 이주하면서 동 시대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내 결국 멸종시켰을 것으로 추측했다. 고인류학에서는 약 30년 전부터 미토콘드리아나 성염색체의 특정 유전자(이를 ‘마커 유전자’라고 함)가 지역별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해 종의 이동이나 확산 경로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냈다는 주장에 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중의 하나가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중동에서 함께 살았다는 것. 네안데르탈인은 약 50만년 전에 태어나 서유럽부터 시베리아 남부까지 퍼져 살았다. 그러다가 3만년 전부터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해 2만4000년 전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멸종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생존 기간이 호모 사피엔스와 겹친다는 점은 고인류학자들에게 수수께끼였다. 이 기간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과 아시아 대륙 전체에 퍼진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와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이를테면 짝짓기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생인류에까지 전달됐다는 것 등이다.
2010년 5월 7일자 ‘사이언스’에는 네안데르탈인 게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진화인류학부장의 ‘현생인류의 게놈에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연구 내용이 실렸다. 네안데르탈인 40억개 유전자지도를 밝힌 결과, 현대인의 유전자 안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1∼4% 섞여 있다는 것.
또한 네안데르탈인의 뼛조각 일부(0.4g)를 갈아 추출한 DNA에서 염기서열을 해독한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DNA가 99.7% 동일했다. 이는 현생인류와 침팬지의 DNA가 같은 비율(98.8%)보다 높은 수치이다.
이번의 산카라라만 교수와 베르놋 박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는 이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이다. 그럼에도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유럽인과 아시아인에게만 나타났고 아프리카인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스반테 페보 부장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사이의 ‘혼혈’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즉 현생인류가 수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퍼졌을 때 이곳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을 만나 혼혈이 일어났다는 시나리오다. 산카라라만 교수 또한 네안데르탈인의 피부와 머리카락 색깔 등의 특정 유전자가 짝짓기를 통해 현생인류로 유전됐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인류가 같은 지역에서 함께 생활했고 자손을 낳아 현생인류로 진화했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의 조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은 눈두덩이 툭 튀어나오고 이마가 낮고 몸집은 건장한, 한마디로 원시적인 모습의 인류다. 그들은 동굴 속에서 생활했지만 벽화를 남기지 않았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두개골이 둥글고 체구는 호리호리하며 튀어나온 이마에 평평한 얼굴과 좁은 눈썹을 가진, 네안데르탈인과는 아주 다른 모습의 인류다. 이렇게 다른 종이 현대인의 조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두개골 모양이 다르고 벽화를 남기지 않는 등 생활 방식도 달랐지만, 짝짓기를 했다는 주장은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혼혈 덕분에 네안데르탈인의 두꺼운 피부와 억센 모발의 유전자가 제공돼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이동한 현생인류가 추운 날씨에 잘 견딜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던 시기와 장소가 호모 사피엔스와 겹친다고 해서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과거에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짝짓기를 하더라도 종이 달라 번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종이 다르면 그 사이에서 난 새끼는 대개 생식력이 없다.
둘 사이의 만남이 어떤 식이었는지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진출 경로, 연대 등이 더 정확히 연구된 뒤에야 알 수 있다. 만약 이번 연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서로 다른 종이라는 의견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인류의 기원과 계보를 다시 써야 할 것이다.
(주간조선.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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