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9일 화요일

"조금만 더 침착해졌으면 좋겠습니다"

4 30 미국 시애틀에 산다는 Kwang Lee 라는  동포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  
조국의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참담한 심정과 우려를 동시에 느낄 미주 한인들의 공감을 만한 글이다.

"저는 미국 시애틀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한국 사람입니다. 25일자에 지역의 유일한 일간지인 시애틀타임스에 때마침 한국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기사와 세월호 관련 소식이 시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클로즈업’ 3 전체를 차지했습니다.

시애틀타임스는 뉴욕타임스와 기사를 공유하고 있어 기사는 뉴욕타임스의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저의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세월호 관련 기사 소제목으로 Parents of missing storm rescue-command center’라는 것이었습니다. 직역하면 ‘실종자의 부모들이 구조지휘본부를 습격(공격)하였다’라는 것이지요. 20 정도의 부모가 임시 구조본부로 몰려가서 해경차장의 뺨을 때리는 등의 행위를 하였으나 경찰은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기사를 읽으면서 자식을 잃은 비통한 부모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내가 자리에 있었어도 똑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감정 표현을 이런 식으로 해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에 안타깝고 착잡한 심정이었습니다. 더구나 폭력의 대상이 가해자라 있는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도 아니고 희생자를 구조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이곳 미국에서 듣기로도 구조활동이 빨리 이루어지지 못해서 희생자 가족들의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움을 주려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는 바로 비교할 없겠지만 여기 시애틀 근교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하여 40명에 가까운 실종자가 발생했고 아직도 일부 실종자는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인구가 600 정도인데 40명이 한꺼번에 희생된 것은 흔치 않은 대형사고입니다. 여기서도 처음에는 실종자 수도 파악하지 못해 초기 보도에서는 100명에 이른다는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산사태 원인 하나로 산림당국에서 부적절하게 산사태 지역 인근의 목재 벌채 허가를 내준 것이 지목되는 , 그리고 실종자가 얼마인지 파악도 하지 못한 , 사건 발생 이상이 지났지만 아직도 실종자를 찾아내지 못한 늑장 구조작업 등은 한국의 상황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러나 늑장 구조작업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없습니다. 구조원들이 그들의 전문적인 작업매뉴얼에 따라 진행하고 있겠지 하는 그들의 전문적인 직업의식과 안전기준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아마 한국에는 이런 부족했던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진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작업은 미국과는 다른, 육상이 아닌 바닷속이기 때문에 어쩌면 훨씬 위험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한국의 소식을 듣고 있으면 국민 모두가 구조원들의 느린 작업성과에 불만이 많아 보입니다. 가급적 잠수사를 많이 투입해 일시에 모든 실종자를 찾아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구조하는 사람들에게도 안전기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히 말씀 드리자면, 전문 분야는 전문가의 판단과 그들의 기준을 존중해주고 침착하게 그들의 작업 결과를 지켜보는 태도가 아쉽습니다.

신문과 방송도 좀더 침착했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여 그들의 모든 감정을 여과 없이 직설적으로 보내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10 이곳에서 9·11테러를 비롯한 대형 재난이 발생하였을 미국 언론은 매우 냉정하고 침착했습니다. 피해자들을 동정하되 감정에 휘둘려 흥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있고 그것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피해자들이 어우러져 ‘시련은 이렇게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나가는 것이구나’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했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모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영세상인들은 주문 취소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모처럼 반등하던 성장률이 다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도 들립니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가요? 이번 사고로 희생된 어린 학생들을 생각할 때마다 나라 밖에서 돕지도 못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여러 생각으로 새벽잠을 설치다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