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과 질서를 무시하고 더 쉽게, 더 싸게, 더 빨리, 나 먼저가 일상화된 사회는 이런 참사를 되풀이 겪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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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안전은 비용 없이 얻어지지 않는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세월호 침몰 후 3주째 온 국민은 충격과 애도 속에 잠겨 있다. 자식을 가진 사람들은 유가족들의 심정을 안다. 꽃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생매장되다시피 한 참사에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공범 맞다. 수많은 세월호 침몰을 만들 요인들을 지금도 우리는 주변 곳곳에 방치하며 살고 있다. 규칙과 질서를 무시하고 더 쉽게, 더 싸게, 더 빨리, 나 먼저가 일상화된 사회는 이런 참사를 되풀이 겪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럼에도 세월호 침몰에 이렇게 온 나라가 마비되다시피 충격에 빠지고 애도에 잠겨 있는 것은 아마도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집단죄의식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심정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국민과 정부가 가책을 덜고 참사의 되풀이를 줄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애도에 갇히거나 급조대책을 발표하는 것보다 중립적이며 전문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참사의 원인을 뿌리까지 냉철하게 조사분석하고 이에 기초해 근본적 개선책들을 도입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개선책들의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쉽게 될 일 같았으면 진즉 하지 않았겠는가. 대통령은 ‘적폐’라고 했지만 그것이 우리의 살아온 방식이며, 발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상인은 과적으로 운송비를 줄여 물건 값을 낮췄으며, 물건 값이 싸야 더 많이 팔고 수출할 수 있었으며, 회사는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안전장치에 덜 투자해 화물과 승객을 더 싸게, 더 많이 받아왔다. 정부는 생활물가라며 운임을 눌러왔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며 번 돈으로 자식 공부시키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관피아? 우수한 엘리트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해 30년 동안 민간기업보다 훨씬 낮은 봉급을 주며 나라 일을 시켰으면, 그리고 50대 초·중반의 나이에 퇴직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그들의 퇴직 후 생활을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보수를 올리고 실질 정년을 늘리든지 또는 다른 출구를 마련해줘야 그들이 퇴직 후 시민안전을 볼모로 민간기업들과 유착하는 사슬로 끼어들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국민들이 공무원들을 사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들의 공복으로 부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내더라도 그들의 보상·유인체계를 바꿔줘야 한다. 매도하고 소명의식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상황을 개선시킬 수는 없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세월호 침몰 후 3주째 온 국민은 충격과 애도 속에 잠겨 있다. 자식을 가진 사람들은 유가족들의 심정을 안다. 꽃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생매장되다시피 한 참사에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공범 맞다. 수많은 세월호 침몰을 만들 요인들을 지금도 우리는 주변 곳곳에 방치하며 살고 있다. 규칙과 질서를 무시하고 더 쉽게, 더 싸게, 더 빨리, 나 먼저가 일상화된 사회는 이런 참사를 되풀이 겪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럼에도 세월호 침몰에 이렇게 온 나라가 마비되다시피 충격에 빠지고 애도에 잠겨 있는 것은 아마도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집단죄의식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심정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국민과 정부가 가책을 덜고 참사의 되풀이를 줄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애도에 갇히거나 급조대책을 발표하는 것보다 중립적이며 전문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참사의 원인을 뿌리까지 냉철하게 조사분석하고 이에 기초해 근본적 개선책들을 도입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개선책들의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쉽게 될 일 같았으면 진즉 하지 않았겠는가. 대통령은 ‘적폐’라고 했지만 그것이 우리의 살아온 방식이며, 발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상인은 과적으로 운송비를 줄여 물건 값을 낮췄으며, 물건 값이 싸야 더 많이 팔고 수출할 수 있었으며, 회사는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안전장치에 덜 투자해 화물과 승객을 더 싸게, 더 많이 받아왔다. 정부는 생활물가라며 운임을 눌러왔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며 번 돈으로 자식 공부시키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관피아? 우수한 엘리트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해 30년 동안 민간기업보다 훨씬 낮은 봉급을 주며 나라 일을 시켰으면, 그리고 50대 초·중반의 나이에 퇴직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그들의 퇴직 후 생활을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보수를 올리고 실질 정년을 늘리든지 또는 다른 출구를 마련해줘야 그들이 퇴직 후 시민안전을 볼모로 민간기업들과 유착하는 사슬로 끼어들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국민들이 공무원들을 사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들의 공복으로 부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내더라도 그들의 보상·유인체계를 바꿔줘야 한다. 매도하고 소명의식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상황을 개선시킬 수는 없다.
안전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경제학에서는 부분균형(partial equilibrium)과 일반균형(general equilibrium)을 구분하고 있다. 가령 특정산업을 보호했을 때 그 산업의 생산과 고용효과를 보는 것을 부분균형분석이라 하고, 그 결과 고용과 자금수요가 늘어 임금과 금리가 올라가고 타 산업의 생산비용이 늘어나 다시 고용이 줄고 생산이 위축되는 연결고리를 추적해 경제 전체에 대한 효과를 보는 것을 일반균형분석이라 한다. 우리 정부와 국민이 이번 참사 후 개선책을 마련해 나가는 데 일반균형분석을 하게 되길 바란다. 어떤 사회의 현재 모습은 그 사회에 내재해 있는 보상·유인체계의 결과다. 현재의 상태를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기존의 보상·유인체계를 바꾸는 노력과 결의가 필요하다. 선진사회는 안전에 성장 못지않은 중점을 두고 이에 필요한 비용을 일상적으로 지불하고 있다. 후진국들은 이런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의 사다리를 오르게 된다. 우리도 과거 많은 국민의 희생 위에 오늘의 성장을 이뤘다. 때로는 독일인들이 들어가기 두려워하는 깊은 지하탄광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냈고, 월남전에서는 5000명이 넘는 꽃다운 생명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게 역사의 강이 흘러와 오늘의 한국이 이뤄져 온 것이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희생 위에 부끄럽지 않은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지금도 한 해 5000명 넘는 생명들이 교통사고로 길 위에서 지고 있다. 이는 인구 대비, 차량 수 대비 선진국들의 서너 배가 넘는 수치다. 그래도 10년 전 7000명에 비하면 나아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서 있는 지점은 이미 크게 바뀌었으나 시스템은 아직 개발연대의 것을 바꾸지 못했다. 더 좋은 사회,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참사에 한탄하고 관련자를 질타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바꾸고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그 동안 쉬운 일만 하고 어려운 일은 피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길은 어른들이 애도와 분노에 갇혀 마녀 사냥하듯 책임자들을 찾아 매질하다 금방 또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번 참사를 계기로 새로운 시스템을 확실히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다. 눈물보다 결기가 더 필요한 때다.
원문: 중앙일보 http://joongang.joins.com/article/792/145947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