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5일 일요일

Y염색체 종말론?…“지난 2500만년 동안 끄떡없었다”


인간의 Y 염색체는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형제
(litter) 중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귀중한 유전정보가 소장된 23쌍의 묶음(염색체) 중에서, 첫 번째부터 22번째 쌍까지는 기본적으로 크기가 똑같다. 그러나 포유류의 웅성(雄性)을 결정하는 Y 염색체는 자기보다 훨씬 큰 X 염색체와 짝을 이루고 있어, 짝꿍과 크기를 비교하면 존재감이 흐릿해진다. 
지금으로부터 2~3억 년 전까지만 해도 Y 염색체는 X 염색체와 약 600개의 유전자를 공유했었지만, 지금은 겨우 19개의 유전자만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Y 염색체는 쇠락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Nature'에 실린 두 편의 논문에 의하면 Y 염색체의 쇠퇴와 몰락은 멈춘 것 같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Y 염색체는 지난 2,500만 년 동안 안정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남아 있는 유전자 중 상당수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성(性)의 결정과는 거리가 한참 멀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Y 염색체에는 단백질 합성과 유전자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뿐 아니라 RNA 조각을 이어붙이는(splicing) 유전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유전자들은 심장, 혈액, 폐를 비롯하여 그밖의 전신 조직에서 발견된다. 

화이트헤드 생물의학연구소의 데이비드 페이지 소장(생물학 박사)은 "Y 염색체에 담겨 있는 유전자들은 세포의 중앙통제실(central command room)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멤버들이다. 이번 연구는 `서서히 썩어가는 Y 염색체(rotting Y)’라는 기존의 통념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페이지 박사는 이번에 발표된 두 편의 논문 중 한 편의 저자다)  

다른 과학자들도 페이지 박사 연구팀의 `다소 낙관적인 전망`에 동의하고 있지만 `서서히 썩어가는 Y 염색체論`의 옹호자 중 한 명인 호주 국립대학의 제니퍼 그레이브즈 교수(유전학)는 이번 연구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Y 염색체는 장기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지난 몇 백만 년간의 `안정`은 영겁(永劫)의 세월에 걸친 트렌드에 비하면 `소강상태`에 불과하다. 현재 최소한 두 그룹의 설치류는 Y 염색체 없이도 멀쩡히 잘 지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Y 염색체가 체면을 구기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당시 미국 인간유전학회 회장이던 커트 스턴 박사(유전학)는 "현재 인간에게 발현되는 유전자 중에서 Y 염색체에 존재하는 것은 극소수다"라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2002년 그레이브즈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Nature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Y 염색체는 초기 포유류에서부터 시작하여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크기가 감소해 왔다"고 지적하며 "Y 염색체는 1,000만 년 후쯤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러다가 남성도 Y 염색체와 더불어 멸망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페이지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대니얼 윈스턴 벨럿 박사의 총지휘 하에 `Y 염색체 종말론`을 검증하기 위해, Y 염색체의 진화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8개 포유류 종(種)의 염색체를 대상으로, 전유전체 시퀀스를 비교검토했다. 그들은 초기 화석 기록에 나타난 주머니쥐(opossums), 황소, 랫트, 마우스 등은 물론,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붉은털원숭이, 침팬지, 인간의 DNA도 분석했다. 

비교분석 결과, Y 염색체의 유전자 상실 상태는 수억 년 전에 비하면 거의 재앙적(calamitous)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원숭이들이 침팬지와 갈라진 2,500만 년 전(그리고 그로부터 1,800만 년 후, 침팬지는 인간과 갈라졌다), 이 같은 마모(attrition)는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지 박사는 "우리는 Y 염색체가 지난 2,500만 년 동안 안정적이었다는 사실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그렇다면 Y 염색체가 이렇듯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연구진에 의하면 그건 Y 염색체가 보유하고 있는 12개의 `알짜배기 유전자`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Y 염색체 위에 떡 하니 버티고 앉아 꿈쩍 않고 있는 이 `알짜배기 유전자`들은 웅성 결정, 정자 생성, 음경 발달과는 무관하며, 심장세포나 혈구세포와 같은 다른 조직에 발현되는 유전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서, 그 유전자들은 세포의 핵심기능(예: 단백질 합성, 다른 유전자의 전사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였던 것이다. 이는 "Y 염색체가 생물의 생존에 긴요하며, 이 유전자들이 진화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생물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넬 대학교의 앤드루 클락 교수(유전학)는 "알짜배기 유전자들 덕분에 Y 염색체는 상당한 안정을 누리게 되었다. 그것들은 불요불급한 유전자들이 사라져 존폐의 기로에 놓인 Y 염색체에 보호용 장갑을 끼운 셈"이라며 페이지 박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레이브즈 교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기세다. "Y 염색체의 쇠퇴 과정은 선형(linear)이 아니며, 특히 말기로 가면서 상당한 파동(fluctuations)을 나타낼 공산이 크다"고 그녀는 반박했다. 다시 말해서,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Y 염색체의 안정성은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 일본에 서식하는 두 종의 고슴도치를 예로 들었다. 이 고슴도치들은 Y 염색체를 모두 상실하고, 상당수 유전자들이 다른 염색체로 옮겨갔다고 한다. 

또 다른 2종의 두더지들쥐(mole vole)는 Y 염색체의 유전자들을 일부 상실했는데, 그녀에 의하면 다른 유전자들이 그 기능을 대신하는 것 같다고 한다. "설치류들은 영장류에 앞서서 `특이하고 새로운 성염색체 시스템`의 탄생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인간들은 절대로 방심할 수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에 대해 페이지 박사는 "알짜배기 유전자의 안정성은 다양한 종에서 나타나고 있으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이상의 염색체를 상실할 가능성은 없다. 나는 이번 연구에서 그럴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맞받았다. 

새로운 쟁점 

`Y 염색체가 안정적이며, 그 속에 조절 유전자들이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물학자들에게 또 하나의 이슈를 제공한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의 세포는 생화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X 염색체와 Y 염색체를 하나씩 보유한 남성의 세포는, 두 개의 X 염색체를 보유한 여성의 세포와 약간 다르다. 

이는 성 결정의 차원을 넘어서, 다른 차원의 차이를 초래한다. 지금껏 생물학자들은 세포주를 갖고 실험할 때, 그것이 남성의 것인지 여성의 것인지를 구별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단일성 모델(unisex model)을 갖고서 실험을 해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XX 세포주와 XY 세포주는 동일한 실험에서 동일한 결과를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고 페이지 박사는 지적했다. 

그런데 그게 왜 문제가 될까? 이에 대해 페이지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일부 질병의 경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자폐증 등의 질환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그런데 지금껏 세포 수준에서 이 문제를 연구해 왔던 생물학자들은 대체로 남녀 세포의 미묘한 생화학적 차이를 도외시해 왔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녀의 세포를 별도로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행은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 생물학자들은 눈 가리개를 벗어 던져야 한다." 
(라포르시안 2014/04/30)